미국(샌프란시스코)에서 중고로 자전거를 구입하다.
한국에서 별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, 몇 안되는 계획 중에 하나가 미국(샌프란시스코)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 하는 것 이었다.
이유는 90일 동안 렌트 할 비용이 엄두도 안났던 것도 있지만,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동네방네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.
나는 한국에서도 중고로 물건을 사는 것을 좋아했다.
그래야 다시 처분 할 때 감가상각이 덜하기 때문.
그래서 미국의 중고나라라고 불리는 craigslist를 이용해 자전거를 구입 하기로 했다.
하지만 문제가 있었는데, 그것은 한국의 중고나라와 마찬가지인 사기가 대단히 많다는 것.
심지어 이 craigslist 때문에 사람이 죽는 일도 발생한다는 것...ㅎㄷㄷ
그러나 내가 누구인가!! 한국에서 단 한번도 사기를 당하지도 호갱이 되지 않았던 것이 바로 나!
그래서 열심히 자전거를 찾아보다 적당한 가격과 디자인의 자전거를 찾게 되었다.
브릿지스톤 자전거. 가격은 150$.
하도 위험하다는 말이 많아서 나는 칼트레인(caltrain)역에서 만나자고 제의했고 상대방도 수락했다.
사실 역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한국적인 생각이었다. 우리나라의 역과 같은 시스템을 생각했기 때문이다. 한국의 역 주변엔 사람도 많고 번화가이기 때문에 그나마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.
그래서 만나기로 한 칼트레인(caltrain)역.
Hayward Park Station..
위의 사진이 Hayward Park Station..
구글 스트릿뷰에서 캡처해왔는데.. 일단 역 건물이 전혀 없다. 승무원도 없다.
거래하기로 한 시간이 저녁 7시쯤 되었는데 정말 무서웠다.
우측에 보이는 주차장과 역 곳곳엔 어둡고 음습하고 무서워 보이는 갱 같은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.
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 되었는데 나타나지 않자 그냥 도망 갈 생각까지 했다.
약속 시간에서 5분 까지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하고 슬슬 역에서 멀어지고 있었는데, SUV차가 한 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. 저 차도 내가 거래 하기로 한 사람이 아니라면 미련없이 숙소로 돌아 갈 생각이었다.
아, 하나 더..
차에서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 내리면 내가 아닌 척 하고 도망갈 생각도 하고 있었다.
그리고 차 문이 열리고 내리는 사람을 힐끗 힐끗 무관심 한 척 체크했다.
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나이가 좀 있는 흰머리의 중년 신사였다. 안심하고 다가가니 "Jeon?" 이러길래 너무 반가웠다. ㅠㅠ
정말이지 역 주변에 음침하고 무서워 보이는 사람들 뿐이여서 바짝 쫄아있었는데 중년의 신사가 나에게 아는 척 해주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더라는..
트렁크에서 자전거를 꺼내고 돈을 계산하고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듯 숙소로 돌아왔다.
내가 자전거를 산 가격은 150$.
그렇게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렇게 비싼 가격도 아닌 나름 적당한 가격...도 아니라 사실 좀 비싼 편이긴 했다.
나중에 Target에 가 보니 새 자전거의 가격과 비교해보니 말이다...ㅠ
그래도 3개월간 나의 발이 되어주었던.. 내가 듬뿍 사랑해주었던 자전거.